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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전자책

왜 전자책 시장은 음원 시장처럼 활성화될 수 없을까요?

분명 전자책은 매우 매력적인 콘텐츠입니다. 옛 선현들이 수레에 싣고 다녀야 했던 책들을 오늘날에는 스마트폰에 넣어서 어디서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MP3 파일이 CD를 사러 가고, 집에 공간을 마련하여 보관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준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국내의 상황에 한정하여 보자면 음원 시장은 음반 시장을 완전히 압도했지만, 전자책 시장은 종이책 시장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넘어서기는 커녕 진정한 활성화는 아직도 요원해 보입니다.

책 vs 전자책

물론 전자책이 종이책에 비해 부족한 점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전자책 콘텐츠를 보는 데 활용하는 디스플레이들의 해상도가, 고품질로 인쇄된 책들보다 떨어진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책에다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에게, 전자책에서 지원하는 메모기능 등은 아직도 빈약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 점은 전자 교과서와 같은 교육용 콘텐츠의 도입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장애요소는 전자책 본연의 단점이 아닌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전자책은 통일된 포맷이 없습니다. 표준으로 ePUB라는 것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업체에 따라서는 이 표준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세계 최고의 전자책 컨텐츠 사이트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조차 ePUB가 아닌 독자 표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ePUB를 이용할 수 있더라도 콘텐츠에 걸려 있는 DRM의 해제를 자체 앱으로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MP3 음원과는 달리 아무 앱에서나 똑같은 파일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가격 경쟁력이 약하거나 거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자책은 무거운 종이책과는 달리, 유통 및 보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따라서 종이책 대비 유통마진이 빠진 저렴한 가격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전자책 제작을 별도의 수고가 들어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종이책과 거의 같은 가격을 책정하거나, 심지어는 더 비싼 것들도 있다고 합니다. MP3 음원과는 다르게 별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는 하지만, 음반->음원 이상으로 물류비용이 절감되는 전자책의 가격이 그렇게 책정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간단하게 전자책과 음원의 가격을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이번에 새로 나온 토이의 7집 음반과 음원 구매비용의 차이를 보겠습니다. I모 공원의 음반 판매가격이 정가 18,300원이고, 19% 할인된 14,9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반면에 N모 뮤직의 해당 음반의 음원 구매 총액은 600X13=7,800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MP3 개별구매일 경우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할 것으로 생각되는 MP3 정액 요금제 등으로 할인을 받을 경우 여기서 거의 반값 가까이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기 결제 등으로 추가 할인을 받는다고 한다면 음반과의 가격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지는 것입니다주1.

그러면 전자책은 어떨까요? 찾아보니 조금 싸긴 했습니다. 정가로 25,000원 하는 책을 전자책으로는 17,500원에 구입할 수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종이책 역시 25,000원을 다 받진 않고 10% 깎아서 22,500원에 구입할 수 있으니 실제 가격 격차는 5천 원에 불과합니다. 고작 20% 저렴한데, 종이책보다 DPI도 떨어지고주2 소장가치도 떨어지며, 전용 앱을 통해서만 볼 수 있어서 불편한데다, 그 덕분에 서비스가 망하면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는 지금의 전자책은 결코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국내 전자책 시장은 아직 활성화가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도서 유통의 주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지만,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소장가치의 차이까지 감안하여 적용하는 합리적인 가격제를 도입하고, 콘텐츠 이용의 영속성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전자책이 종이책과 가격은 거의 비슷하면서 가치는 크게 떨어지는 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전자책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니까 말입니다.

각주:

  1. 이 흉악스러울 정도의 곡단가 덕분에 저작권자에게 대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게 문제가 될 정도입니다.
  2. eBOOK은 PPI라고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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