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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와 군사정권의 주민 통제 수단인 주민등록번호, 이제는 바꿔야 할 때

최근 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 무소불위하게 여러 군데에 다양하게 쓰이는 데 비해 너무나도 무능하게 털려버리고, 그래서 바꾸고 싶지만 절대 바꿀 수 없는 주민등록번호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때는 바야흐로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이듬해인 1942년, 조선총독부는 조선기류령 및 기류소속규칙을 발포하였습니다. 그 목적은 주민 통제였습니다. 1937년에 일으킨 중일전쟁이 수렁으로 빠져드는데, 세계 최강 미국마저 적으로 돌려버렸으니 전쟁물자 확보하기가 더욱 빠듯해졌습니다. 당시 조선은 일본의 군수물자 생산기지로 기능하고 있었는데, 이에 따라 많은 인원이 전쟁물자 생산에 동원되었고, 조선으로부터 일본이나 각지의 전선으로 수많은 물자들이 공출되었습니다. 조선기류령은 조선인의 신원을 파악해서 징집이나 징용을 더욱 용이하게 하고, 불온한 움직임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법령이었던 것입니다.

조선기류령을 만든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우리는 광복을 맞이했습니다. 그 후로도 조선기류령은 계속 존속했지만, 많이 쓰이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1.21사태가 일어났습니다. 1968년 1월 21일에 북한이 남파한 부대가 청와대 근처까지 침투하여 대한민국 군경과 교전을 벌이기까지 하면서 박정희 정권은 큰 위기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를 빌미로 많은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예비군 창설과 주민등록증의 발급이었습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하여 개개인을 식별하여 간첩을 색출해내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처음에는 지역코드와 일련번호의 총 열두 자리로 이루어진 주민등록번호는 1975년 개정을 통해 생년월일과 성별로 시작하는 식별코드로 이루어지는 열세 자리 번호로 변경되었습니다.

개개인을 식별할 수 있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무조건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여러 곳에 이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가 제정되고 약 30년 동안은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당시 돈거래를 하려고 하면 무조건 인감이나 지문을 날인해야했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도 이를 도용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워낙에 인터넷 보급이 급속하게 이루어지면서 간편한 개인 식별방법인 주민등록번호를 너도나도 이용해서 이를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의 인터넷 업체들이 지닌 보안의식은 한심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라 수집한 주민등록번호를 암호화 하나 하지 않은 평문 상태로 보관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가입부터 인터넷 뱅킹, 인터넷 쇼핑에 이르기까지 주민등록번호만을 식별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주민등록번호 하나가 털리면 모든 게 일사천리로 털려버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때부터 주민등록번호 이외의 식별수단을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많은 업체들은 여전히 주민등록번호를 식별수단의 하나로 이용해왔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이제 와서야 일반적인 경우에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거나 하는 과정에선 여전히 주민등록번호가 쓰이고 있어서 60년대 냉전의 유산은 21세기에도 쓰이는 실정입니다.

그동안 기업 측에서 편하다는 이유로 주민등록번호를 무분별하게 이용해왔지만, 심심하면 수천만 건씩 털리는 현 상황에선 이를 완전히 폐지하거나 다른 것으로 변경하는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카드가 분실되면 카드를 정지하고 재발급을 받는 것처럼 주민등록번호도 평생동안 한 번호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이 의심될 때마다 변경할 수 있게 해야합니다.

또 지금의 주민등록번호 규칙도 바꿔야합니다. 현행 주민등록번호는 눈으로만 훓어봐도 너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생년월일, 성별, 출생지까지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정부에서 손쉽게 검문을 하거나 징집을 하기 위해서라면 그러는 편이 유리할 겁니다. 민증만 봐도 길거리에 걸어다니던 사람이 징집 연령에 해당되면 즉시 끌고갈 수 있을테니까 말입니다.

주민등록번호 자체를 없앨 수 없다면, 다른 선진국들의 비슷한 제도와 같이 변모시키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특정한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게 하며, 원할 경우엔 얼마든지 바꿀 수 있게 해야합니다. 또 숫자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도 파악할 수 없게 바꾸어야 합니다.

이렇게만 바뀌더라도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CC BY-NC 4.0 This work is licensed under a Creative Commons Attribution-NonCommercial 4.0 International License.

  • 저도 주민등록번호 체계는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하늘물총새

      이제는 시대가 많이 변했으니 주민등록번호 체계도 바뀌어야겠죠~
      댓글 감사합니다~

  • 주민등록번호 제도 개편되어야죠.
    저도 박정희가 만들어놓은 안좋은 산물, 이제는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없애진 않더라도 최소한 미국의 사회보장번호처럼 원하는데로 바꿀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