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빛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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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주민들은 게으름뱅이였다?

   요즘 화제거리에서 진격의 거인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애니메이션 애호가들 사이에서만 인기가 있는 게 아니라, 만화나  애니메이션과 담을 쌓고 지내던 사람들까지 찾아보고, 공중파 코미디프로그램에서까지 패러디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진격의 거인의 세계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인류는 거의 대부분이 거인에게 잡아먹히고, 극히 일부만이 살아남아 50미터에 달하는 높은 성벽을 쌓아 그 안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 모양은 대략 원형에 가까우며, 총 3겹의 성벽이 있어 그 안에 주민이 살고 있다고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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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에서는 대략 이렇게 그려져 있습니다.  성벽 사이의 면적은 세 구역이 각각 동일하며, 중앙부로부터의 거리는 380km정도 된다고 합니다.  완벽한 원형이라면 대략 45만 제곱 킬로미터가 되는 셈이죠. 이 면적은 남한의 4.5배이며, 38만 km인 일본보다도 큽니다. 서유럽에서도 이보다 큰 나라는 프랑스와 스페인 정도이며,  가장 비슷한 면적의 국가라면 449,964 제곱 킬로미터인 스웨덴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격의 거인 속 인류의 인구는 좀 이상합니다. 물론 진격의 거인에서 인류의 총수가 딱 얼마다 하는 발언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월 마리아가 돌파당한 후 대규모 토벌대를 편성했을 때 전멸당한 숫자가 25만명인데 이게 전 인류의 20%라는 말이 나오니까 월 마리아 돌파 전의 인구가 대략 125만명쯤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스웨덴만한 나라에 울산광역시 정도의 인구밖에 살지 않는다는 것이죠. 인구밀도는 대략 제곱킬로미터 당 3명입니다. 인구밀도로 보자면 호주나 아이슬란드랑 비슷합니다.

   물론 월 마리아가 돌파당해 인류 영역이 1/3 정도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30만 제곱 킬로미터나 됩니다. 여전히 인구밀도는 제곱 킬로미터 당 4.17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막으로 이루어진 리비아의 인구밀도가 3.6명/㎢라는 걸 감안했을 때 터무니없이 적은 인구밀도입니다.

   그런데 진격의 거인 속 자연환경은 그리 척박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온대성 기후인 것으로 보이며, 바다로부터 먼 대륙성 기후라 강수량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앙부의 고지대로부터 발원하는 강이 사방을 적시고 있어 농업용수가 크게 부족해보이진 않습니다. 당시의 기술력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아보입니다. 무기와 건축양식으로부터 진격의 거인의 세계가 적어도 중세 말~근세에 해당되는 기술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화학비료가 등장하지 않아 폭발적으로 생산력이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125만 명의 인구를 먹여살리기엔 충분할 것 같습니다. 온대성 기후인 프랑스는 중세때부터 천만이 넘는 인구를 자랑했습니다. 즉, 중세의 농업생산력으로도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것보단 훨씬 많은 단위면적 당 인구를 먹여살릴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진격의 거인 속 수뇌부는 가뜩이나 적은 인류의 20퍼센트를 희생시켜 식량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이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식량생산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생산력만 충분하다면 아무리 강수량과 강의 유량이 적어 농사가 쉽지 않다 하더라도 큰강 유역만으로도 충분히 식량 공급이 가능했을 겁니다. 물론 농기구가 발달하지 못했다고 설정을 해놓으면 설명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병사들이 거인잡는 강철로 된 커터칼을 들고 설치는 걸 봐서 그런 설정은 부자연스럽습니다. 관개수로가 발달하지 못해 식량생산량이 부족했다는 설정도 부자연스럽습니다. 비록 거인들을 경화시켜 성벽을 급조했다는 설정이지만, 거인의 주변을 돌로 쌓아 가리는 작업만 하더라도 엄청난 대공사입니다. 이런 만리장성을 쌓은 사람들이 도랑 하나 못 파서 굶어죽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매우 게을렀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는 팽창의 역사였습니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후로 인구가 급감했던 적은 없습니다.(흑사병이 대유행했을 때나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조차도 세계 인구는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인류의 절대다수가 상대도 안되게 강한 거인에게 다 잡아먹혀 버린 겁니다. 좁은 구역에 갖혀버린 인류에겐 꿈도 희망도 남아있지 않을테니,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해야겠다는 의지도 부족할테고, 이로부터 생산성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나, 굳이 좋게 해석해주자면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작가가 거기까지 생각해서 그러한 인구와 면적을 설정해놓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별 생각 없이 그렇게 설정했다고 봐야겠죠. 인구에 0을 하나만 더 붙이거나, 면적에 0을 하나만 뺐어도 상당히 절박한 상황을 잘 표현하는 설정이 되었을텐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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