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빛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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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 방식과 모바일 디바이스 크기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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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이 패블릿 중에서도 제일 큰 축에 속하는 6.3인치 갤럭시 메가, 맨 오른쪽이 3.5인치 시절의 아이폰이다.

옛날에는 각종 디바이스를 다루는 방법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컴퓨터는 두 손으로 키보드를 치고, 한쪽 손으로 마우스를 조작하는 것이었고, TV는 손으로 채널을 ‘돌리던’ 것에서 리모콘의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조작법이 변했습니다. 휴대전화는 말할 것도 없이 한 손으로 조작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손이든 두 손이든 그건 쓰는 사람 맘이긴 했지만, 제조사는 기본적으로 한 손 조작을 염두에 두고 전화기를 설계했습니다. 따라서 디바이스의 크기도 그 안에서 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모바일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휴대폰의 액정은 더 이상 눌려진 전화번호를 표시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PC통신 비스무리하게 내부망의 텍스트 위주의 컨텐츠를 표시하던 때엔 몇 줄짜리 액정으로도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PDA가 등장하면서 전용 페이지가 아니라 일반 페이지를 표시할 수 있게 되었고, 아이폰의 등장으로 이는 완전히 대세가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폴더폰의 윗쪽에만 작게 자리잡으면 되었던 액정은 점점 넓어지게 되어, 결과적으로 폴더폰이란 존재 자체를 옛날의 추억 정도로 만들어버렸습니다.(여전히 통화용으론 부족함이 없다는 이유로 쓰시는 분들도 계시지만요…)

사실 모바일 디바이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만 존재했던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완전히 흡수되어버린 분류인 PDA가 있었고, 한때 영화를 보는 데 필수였던 PMP도 있었습니다. 초창기의 PMP는 말 그대로 동영상/음악 재생만 가능했는데, 점차 후기로 갈수록 와이파이 접속기능이라든지 터치 기능 등이 추가되어, 미니 컴퓨터처럼 기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전자사전에서도 동일하게 진행되어서, 키보드가 달려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꽤 많이 보급되었습니다.(학생이나 각종 시험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핑계 김에 하나 살만했으니까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휴대용 게임기 역시 훌륭한 모바일 디바이스였습니다. 요즘 나오는 게임기는 와이파이 접속쯤은 당연하게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요즘엔 휴대용 게임기를 제외하곤 PDA니 PMP니 전자사전이니 거의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따라서 모바일 디바이스라고 하면 커다란 터치 디스플레이가 달린 판때기 모양의 장치라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모양새가 정형화되면서 장치를 쥐는 방식 역시 몇 가지로 정해지게 되었습니다.

LG전자,_‘옵티머스_패드_LTE’_출시(2)
애플이 둥근 모서리로 “너 고소!”를 하든가 말든가 이제 이런 생김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표준형이 되었다.

먼저 한 손으로 쥐고, 조작 역시 한 손으로 하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아이폰 시리즈가 있습니다. 한 손으로 쥔 상태에서 엄지를 이용해서 스크린 전체를 터치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 손에 짐을 들고 있거나 다른 작업을 하면서도 웹 서핑을 하거나, 지도를 검색하거나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액정 크기를 키우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모바일 페이지를 제공하지 않는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액정이 작으니 해상도도 낮고, 해상도가 낮으니 데스크탑 모니터에 최적화된 사이트들의 경우엔 한 눈에 들어오지 않거나 너무 작아서 수시로 확대를 해서 터치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한 손으로 쥐고 두 손으로 조작하는 방식이 스마트폰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요즘 나오는 5인치에 가깝거나 그보다 큰 스마트폰이 이에 해당됩니다. 액정이 더 커진 만큼 해상도도 더욱 높일 수 있어서 HD해상도(1280*720)이나 풀HD(1920*1080)도 가 대세이며, 그보다 더 큰 UHD해상도를 지원하는 제품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5인치를 넘어가는 제품들을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중간이란 의미로 패블릿으로 지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패블릿같은 경우는 한 손만으로는 액정의 모든 영역을 터치하기 힘듭니다. 5인치 이하인 경우에도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파지가 불안정하여 떨어뜨리기 쉽습니다. 따라서 이 범주에 들어가는 스마트폰의 기본 조작법은 한 손으로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조작하거나, 두 손으로 쥐고 양쪽 엄지로 가상키보드를 터치하는 식입니다. 액정이 커진 만큼 웹사이트를 한 눈에 보기에도 편하고, 아이폰보다 상대적으로 확대를 덜 해도 원하는 링크를 터치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역시 한쪽 손이 부자유스런 상황에선 사용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 흠입니다.(그래서 삼성에서 갤럭시노트3에 한손조작모드를 넣기도 했죠)

한동안 스마트폰의 액정은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였는데, 요새는 조금 주춤해진 모습입니다. 더 커지면 휴대도 불편해지는데다(일단 6인치만 되더라도 주머니에 넣기 불안할 정도입니다), 손으로 기기를 움켜쥐기 힘들어집니다. 따라서 대충 7인치 이상 되는 디바이스는 베젤 부분을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쥐는 식으로 이용하게 됩니다.(그래서 베젤이 얇은 모델들은 터치 오류가 발생하기 쉽죠) 물론 아예 베젤을 최소화해서 패블릿처럼 한 손으로 쥐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정도 덩치를 지니는 태블릿을 전화기로 사용하기는 좀 힘듭니다. 그래서 패블릿은 6인치 이하, 태블릿은 7인치 이상으로 대략적인 상하한선이 정해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태블릿 역시 10인치 정도가 되면 베젤을 한 손으로 움켜쥐는 방식 역시 불편해집니다. 물론 제품에따라 두께, 무게 베젤 사이즈 등이 천차만별이므로 딱 잘라서 불편하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아무래도 크기가 커지면 무게가 무거워지니, 한 손으로 드는 것이 불편해지기 마련입니다.(손가락만으로 움켜쥐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고요) 따라서 이때는 손아귀의 힘으로 들기보다는 베젤부분을 손가락으로 쥐고 팔 안쪽 전체로 드는 식이 더 편해집니다.  어차피 태블릿은 옷 주머니가 아니라 가방에 넣고 다니기 때문에 7~8인치나 10~11인치나 휴대성 측면에선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크기 구분이 있는 점은 파지 방법의 차이 때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5인치 이상 스마트폰과 7~8인치 태블릿이 시장의 주류가 되었는지도 파지법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좀 더 넓은 화면을 선호하는데, 한 손으로 조작하는 편리함까지는 포기하더라도, 전화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은 적어도 한 손으로 쥐고 통화를 하기에 불편하지 않은 크기까지를 선호하고, 태블릿 역시 한 손으로 들고 쓰기에 불편함이 없는 사이즈의 제품을 더 선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는 것이 루머로 나오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6 사이즈입니다. 애플은 이미 한 차례 자신들이 고수하던 4:3비율의 3.5인치 액정을 포기하고 16:9 비율의 4인치 액정으로 확대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대화면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지만, 제품의 폭은 그대로 유지해서 여전히 한 손으로 쥐고 조작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4인치는 요즘 대세에는 많이 작은 편으로, 이번에는 폭까지 늘린 4.7인치 제품을 출시할 것이 유력해 보입니다.

그리고 아이패드 역시 기존의 9.7인치만을 고수하던 것에서 벗어나 7인치짜리 아이패드 미니를 출시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은 되도록이면 아이폰과 크기 차이를 두어서 두 제품의 시장이 겹치지 않도록 했지만, 7인치를 선호하는 대세를 거부하지 못했고, 그렇게 출시한 아이패드 미니는 대박을 쳤습니다.

 

물론 사이즈에 따른 파지(혹은 조작) 방법의 차이만이 특정 사이즈 제품의 인기를 설명하는 건 아닙니다. 노트북과의 포지션 중복 문제같은 것도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폰 버전이 올라갈수록 막대기처럼 길어지고, 갤럭시S나 갤럭시 노트는 방패처럼 커질 거란 우스갯소리처럼 되지 않는 것은 한 손으로 통화할 수 없는 걸 스마트’폰’으로 부를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요?

CC BY-NC 4.0 This work is licensed under a Creative Commons Attribution-NonCommercial 4.0 International License.

  • 화면 크기와 조작성과의 상관 관계를 잘 설명해 주셨네요. 이 역시 역설적인 관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넓은 화면을 선호 하면서 조작성은 한손으로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좋길 원하니까요. 저 역시 최근 갤럭시노트 시리지를 써 볼 기회가 있었는데 넓고 시원한 화면이 마음에 들었지만 갖고 다니려니 힘들더군요. 남자들은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고 다니는데 노트 시리즈는 그럴 수 없으니까요 ! 그래서 저는 읽기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냥 보통 크기의 스마트폰이 좋네요 !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하늘물총새

      그렇죠… 어디에 넣고 다니는지도 중요한 고려대상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선 아이폰의 3.5~4인치 크기도 강점인 것 같습니다.